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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수필

CPU형 인재와 스토리지형 인재

by 황무지핵 2022.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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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리 고유명사에 강한 사람들이 있다. 대학 때 어려운 책과 작가 이름을 대며 "이 책을 쓴 누구누구에 의하면 말이지.." 하며 이야기를 시작하던 선배들에게 꼼짝없이 설득 되고 말았다. 설득 되었다기 보다는 본 적도 없는 책이니까 그냥 굴복했다는게 더 맞겠다.

나는 암기 과목이 싫었다. 그런 것들보다는 곰곰히 생각해 답을 찾는 것이 더 좋았다. 그래서 외울게 많은 역사나 화학보다는 공식 몇 개만 외우면 그 다음 부터는 그 공식을 활용해 풀기만 하면 되는 수학, 물리가 더 좋았다.

누가 무슨 책에서 한 말인지가 뭐가 중요하단 말인가. 이제는 내가 잘 모르는 사실을 늘어 놓으며 몰랐냐고 하는 사람들을 신뢰하지 않는다. 아무리 많이 알아도 구글보다 더 많이 알지는 못할 것이다.

고유명사와 많은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을 스토리지형 인재, 사실을 가지고 사고를 하는 사람을 CPU형 인재라고 부르고 싶다.

조선시대에는 일단 고전을 이해하지는 못했어도 머릿 속에 외워두면 언젠가는 깨닫게 되는 날이 올 것이라해서 일단 암기했지만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오늘 날에는 얼마나 효용이 있을까 싶다.

우리 애들도 저사양의 CPU만을 가진 스토리지형 인재들로 교육되어 가고 있지 않나 싶다. 스토리지는 싸고 용량이 크고 빨리 데이터를 뱉어 내는 것이 미덕이다. 처리 속도가 중요한 서버는 적은 양의 스토리지로 충분하다.

이런 분류도 이미 시절 지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지적 활동도 대체하고 있으니까. 스토리지형 인재 CPU형 인재를 넘어서 이제는 의미를 고민하는 철학형 인재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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